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네 임금(효종, 숙종, 영조, 정조)의 어제어필 치제문을 받았다.
인조의 3남이고, 효종의 동생이다.
이름은 요(?), 자는 용함, 호는 송계(松溪)이다. 어려서부터 총민(聰敏)하고 학문을 좋아하며 심성이 착하고 너그러웠다.
할머니 인헌왕후(仁獻王后)께서 자주 병환이 계시었는데 그때마다 어른처럼 정성을 다하여 간호하고 시탕을 어찌나 잘하는지 모든 사람이 놀랐다. 또한 우애가 지극하였다.
이괄(李适)의 난이 일어나 남쪽으로 피난 갔을 때 식사 짓는 사람이 산꿩을 구하여 잡아서 바치려하니 공께서 이를 보고 ‘빨리 놓아주라 어찌 살상을 하느냐’ 하였다.
이 때 공의 나이 다섯 살 때이었다. 난리 때 거렁뱅이가 추워서 떨며 우는 것을 보고 입은 옷을 벗어주며 데리고 와서 밥을 주는 일도 자주 있었다. 부왕(父王)께서 공에게 하사한 옥벼루(玉硯)를 매우 소중히 여겼는데 시사(侍史)가 실수하여 깨뜨렸다. 부왕께서 ‘벼루가 어찌된 것이냐’고 물으시니 자기의 실수로 깨뜨렸다고 답하였다. 인서(仁恕)함이 이와 같았다.
8세 때 효경과 소학을 모두 배우고 사서오경(四書五經)을 차례로 익혔다. 12세 때 혼례(婚禮)를 올렸는데 어른다운 모습을 갖추어 모두 칭찬하였다.
1637년(인조15) 15세 때 병자호란이 일어나 부왕이 청왕에게 항복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은 모든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이듬해 형인 소현세자(昭顯世子)와 봉림대군(鳳林大君)이 청나라에 볼모로 갈 때 서로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모습을 보고 모든 사람이 울먹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인평대군 치제문비-

1640년(인조8) 형 소현세자를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공이 대신 부인과 함께 청나라에 갔다가 이듬해 돌아왔다.
1644년(인조22) 배청파(排淸派) 문제로 청국과 외교관계가 악화되자 청국에 가서 마찰문제를 조정하고 돌아와 이듬해 도총부 도총관(都摠府 都摠管)이 되었다.
이해 다시 사은사(謝恩使)로 청국에 다녀왔다. 또 다시 청국에 사신으로 가서 전승국(戰勝國)으로서 오만한 청나라와의 관계를 능숙한 외교 수완으로 처리하였다. 이 때 가장 난제(難題)가 배청파 대신 청음 김상헌(淸陰 金尙憲), 백헌 이경석(白軒 李景奭), 대제학 용주조경(龍洲趙絅) 선생의 처리 문제였다.
청음선생은 심양에 끌려가 있었고 백헌 선생은 심양에 끌려가 있다가 또 다시 의주 백마산성에 용주선생과 같이 귀양가 있었는데 청에서는 더 무거운 죄를 주자고 하는 것을 대군의 능란한 외교 수완으로 원만히 해결하여 조정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1647년 부왕인 인조대왕이 승하하고 둘째형인 봉림대군이 왕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고자 북벌(北伐)을 계획하였던 영주(英主) 효종대왕이다. 대군은 왕의 뜻을 받들어 북벌계획을 도왔다.
이 자주적인 북벌계획을 당시 대신중의 한 사람인 김자점(金自點)이 청나라에 밀고해서 큰 파장이 일어났다. 청국에서는 문책을 하고 배청파는 또 다시 수난을 당하였고 정부에는 문죄(問罪)를 한다하니 조정에서는 대군을 청국에 또 급파하여 파국을 수습케 하였다. 대군이 연경에 가서 우리의 자존을 위한 국방계획을 잘못 인식한 것이지 절대로 북벌 계획이 아니라고 설득하여 대청관계를 원만히 해결하였다.

-인평대군 신도비-

1658년(효종9) 외교에 능란하여 나라의 큰 공을 세웠던 인평대군이 병으로 작고하니 향년 37세였다.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공은 왕실의 지친으로 존귀하여 국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어렵고 위태로운 시기를 당하여 안일하게 지내지 못하였다. 청국의 강박(强迫)에 의하여 청국에 들어가고 혹은 우리쪽의 사정이 다급함으로 인하여 혹한(酷寒)과 염서(炎署)속에 몸을 핍박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심양(瀋陽)에 들어간 적이 세 번, 연경(燕京)에 들어간 적이 무려 아홉 번이나 된다. 얼마나 피로하였을까. 신체적 고통이 얼마나 심하였을까. 수명은 정해져 있다고 하나 천금같은 몸에 노상(勞傷)이 쌓였을 것이다.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하고 외교에 능숙하여 나라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중국에 드나들며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랑하는 현명한 동생의 죽음을 지켜본 왕(효종)은 지극히 슬퍼하며 어제어필(御製御筆)의 제문을 지어 치제(致祭)케하고 시호(諡號)를 충경공(忠敬公)이라 내렸다.
그 제문(祭文)을 비에 새겨 세웠고, 그 후 숙종, 영조, 정조대왕이 이어서 어제어필 치제문을 지어 치제하였다. 숙종대왕의 치제문은 효종대왕 치제문 후면에 새겨져 있고 제2비 상단에는 영조대왕, 하단에는 정조대왕의 치제문이 각각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은 비각을 세워 보존되어 있다(경기도 유형문화재 75호).
네 임금의 어제어필 치제문이 새겨져 있는 곳은 인평대군 묘 외에는 없다. 인평대군은 학문도 깊이 연구하여 비범하였으며 특히 제자백가(諸子百家)에 정통하였고 글씨와 그림도 뛰어났다. 저서로는 송계록(松溪錄)이 있고 중국에 드나들며 쓴 연행록(燕行錄)과 금강산에 다녀와서 쓴 산행록(山行錄)이 있다. 효종 묘정(廟庭)에 배향되어 있고 묘는 신북면 신평리 궁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