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군실(君實), 호는 수우당(守愚堂)이다. 세종의 넷째왕자 임영대군(臨瀛大君)의 현손으로 부는 한음군 현(漢陰君 俔)이다.
어려서부터 정직하고 효성스러웠다. 아홉 살 때 아버지 한음군이 병이 들자 팔을 찔러 피를 내어 입에 넣어 드리고 아버지 병을 대신하고자 기도를 드렸다.
1609년(광해1) 사마시에 합격하고 벼슬길에 나가갔으나 1613년(광해5) 정인홍, 이이첨의 무리가 정권을 전횡하여 인목대비(仁穆大妃)를 폐위시키고 대비의 친정아버지 김제남을 죽이고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서인(庶人)으로 만들어 강화도에 귀양 보냈다가 죽였다.
이러한 패륜행위가 일어나자 이를 반대하던 백사 이항복, 오리 이원익 등 어진 신하가 쫓겨나고 공의 아버지 한음군도 이를 반대하다가 조정에서 축출되자 벼슬을 버리고 포천 가산면 정교리에 낙향하여 유유자적하며 세월을 보냈다. 인조반정(仁祖反正) 후 다시 서용(敍用)되었다. 1627년(인조5)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왕을 호종(扈從)하여 강화도에 갔었다. 1630년(인조8) 영동현감(永同縣監)으로 나갔다.
공의 성품은 정직할 뿐 정직 이외에는 어떠한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대쪽같은 선비였다. 주위에서 이시백은 우직(愚直)한 사람이라고 평하게 되자 그 날로 벼슬을 버리고 포천 정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愚)라는 시를 지었는데 『생계를 도모하는데 너무 졸렬하니 이것이 우(愚) 아니고 무엇이며 산수(山水)를 즐기다 보니 지나치게 독점하는 것 같아 이것도 또한 과분한 줄 알겠노라, 내가 타고난 천성이 우(愚)인 것만 같아 차라리 우(愚)를 지키는 것으로서 당호(堂號)를 삼고 수우(守愚)로서 스스로를 경계하였다』한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대궐을 향하여 배례하고 사당에 배알하였다. 인조가 이일을 전해 듣고 영유현감(永柔縣監)을 제수하였으나 나가지 않았다. 다음해 다시 종친부 전부(宗親府 典簿)를 제수하면서 만약 이번에도 불응하면 중죄로 다스리라 함에 마지못해 사은(謝恩)하고 벼슬에 나갔다.
1635년(인조13) 연한편람(燕閑便覽)이라는 10개조로 된 상소문을 올렸다.
1. 항상 몸을 닦고 반성할 것.
2. 정치하는 법을 익힐 것.
3. 나라의 근본을 튼튼히 할 것.
4. 씀씀이를 밝게 살필 것.
5. 바른 말을 들을 것.
6. 상벌을 신중히 할 것.
7. 법을 잘 지킬 것.
8. 본말(本末)을 지킬 것.
9. 용재를 절약할 것.
10. 시작과 맺음이 분명할 것.

왕이 가납하고 표피(豹皮)를 하사하였다.
1636년(인조14) 병자호란이후 세상을 비관하여 벼슬을 버리고 가산면 정교리에 돌아와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학문을 연구하며 시부(詩賦)로 세상을 보내다가 졸하였다. 수우당 유고(守愚堂 遺稿)라는 시집을 남기었다.

『수우시(守愚詩)』 <유고에서>
천부우언 기불우(天賦愚焉 豈不愚)
천성이 어리석으니 어찌 어리석지 않으랴
인칭우야 역인우(人稱愚也 亦因愚)
사람들이 어리석다함은 역시 어리석기 때문이다
우성우의 우난면(愚誠愚矣 愚難免)
어리석고 진실로 어리석으니 어리석음을 면하기 어렵다
퇴성오우 수차우(退省吾愚 守此愚)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벼슬에서 물러나 이 어리석음을 지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