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정숙(靜叔), 본관은 경주,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의 아들이다. 기개와 도량이 비상하고 지혜와 책략이 뛰어나 백사와 같은 풍모가 있었다. 금남군 정충신(錦南君 鄭忠信)이 기남을 칭찬하기를 백사대감(白沙大監)에 버금간다고 하였다.
1630년(인조8) 사마시(司馬試)에 급제하자 곧 장천(將薦-장차 대장이 될 만한 사람을 벼슬자리에 천거하는 일 )이 되었다. 북방 야인(野人)이 침범하자 자진 출전하여 공을 세웠고, 1636년(인조14)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군함(軍銜)으로서 왕을 남한산성(南漢山城)에 호종(扈從)하였는데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 나가 싸웠으며 험난하다고 하여 피하지 아니하였다. 인조(仁祖)가 눈물을 흘리며 좌우 신하에게 말하기를 “혼란한 가운데 내가 아끼는 옹주(翁主)를 잃었다. 나를 위하여 적중에서 그를 구해올 수 있는 자가 있는가?” 하였다. 모두 침묵하고 대답하지 못하였다. 이 때 공이 왕명을 받들고 적의 소굴에 들어가 옹주를 구출해 왔다.
이가 바로 익평위 옹주(翊平尉 翁主)였다. 즉시 홍원현감(洪原縣監)에 임명되었다. 일찍이 오랑캐 진영에 사신을 보내야 했는데 모두들 그 사행(使行)을 꺼려했다. 공이 자원하여 말하기를 “이러한 사행(使行)을 공들은 모두 피하는데 나에게 위촉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마침내 공이 이조판서를 모시고 오랑캐 진영에 가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일이 있다.
공은 전후 무려 11개 주군의 수령을 역임하면서 선정을 베풀어 칭송을 받았으며 벼슬에서 물러나 돌아오는 날에는 집안에 담석(擔石-한두섬의 곡식) 조차 없었다. 항상 국은(國恩)을 저버리지 않았으며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인조가 깊이 알아주는 은총을 입었다. 마땅히 크게 쓰였어야 했으나 몸을 보존하기를 스스로 원하였고 구차하게 합할 수 없었으며 일부 권신(權臣)의 미움을 사서 벼슬은 군읍(郡邑)에 그쳤기 때문에 그 재주를 펼수가 없었다.
지천 최상공(遲川 崔相公)이 항상 탄식하여 안타까움을 그치지 못하였다.
1680년(숙종6) 천수를 다하니 83세이었다.
묘는 포천군 가산면 금현리 오성대감 묘 후 북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