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담영당(雲潭影堂)에 배향된 인물로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朱子學-성리학)자이다.
초명은 유(裕), 자는 사온(士蘊), 호는 회헌(晦軒), 본관은 순흥(順興), 밀직사(密直司) 부(孚)의 아들이다.
고려는 개국 초부터 불교를 숭상하여 유학은 점점 쇠미하여 가다가 6대 성종대에 이르러 신라계 학자 최승노(崔承老)가 유교적 정치이념을 역설하여 국자감(國子監)을 두고 경학박사(經學博士)를 두어 유학을 장려하였으나 시부(詩賦)에만 많이 힘쓸 뿐 경학(經學)에 종사하는 사류는 적었다. 11대 문종 때 문헌공(文憲公) 최충(崔沖)의 출현으로 유학이 크게 진흥되어 유종(儒宗)으로서 교육가로서 그의 성망(聲望)은 해동공자(海東孔子)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그 후 유학자 김부식(金富軾)의 등장으로 지나친 문치주의(文治主義)에 흘러 국력은 쇠약하여지고 왕실과 문신들의 부패는 무인들의 반란으로 무인집권의 공포 정치가 행해졌다. 이어서 글안과 몽고의 침입으로 고려사회는 이미 말기적 증상을 나타내 선비들은 변 성명하고 산속으로 숨거나 허무주의에 빠져 세상을 개탄하게 되었고 일부는 권력에 아부하여 영달만을 추구할 뿐이었다.
이러한 때를 당하여 유학을 일으켜 세우고 문교정책을 바로잡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그가 곧 안향이다.
1260년(원종1) 문과에 급제하여 교서랑(校書郞)을 시작으로 감찰어사(監察御使), 전중어사(殿中御使), 좌승지 등을 거쳐 1288년(충렬왕14) 고려 유학제거(堤擧)가 되어 왕과 공주를 호종 원나라에 들어가 주자전서(朱子全書)를 베껴 가지고 돌아와 주자학을 연구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성리학)자가 되었다.
1298년(충렬왕24) 세자와 함께 원나라에 가서 성리학을 논변(論辨)하였는데 주자학설과 부합하는지라 원의 학자들이 놀라 동방의 주자라고 극찬하였다.
안향은 대부분의 기간을 중앙부서에서 벼슬하였고 특히 학문과 교육을 맡아보는 직책을 역임하면서 문교진흥의 주역으로 활동하였다.
1304년(충렬왕34) 찬성사(贊成事)가 되어서는 오늘날의 육영재단(育英財團)에 해당하는 섬학전(贍學錢)을 설치하였다. 이는 재정난으로 국자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여 문교진흥이 되지 못함으로 이를 위해서는 백관으로 하여금 현금을 내게 하여 그 재정을 튼튼히 하여야 한다고 건의하여 받아들여져 문무백관은 그들의 위품(位品)에 따라 기부금을 내게 하니 6품 이상은 은(銀) 한 근, 7품 이하는 포(布)를 내게 하였다. 그것을 유통시켜 나오는 이자 돈으로 학생들의 생활과 교육에 충당케 하였다. 이것이 국자감 운영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이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에게 안향은 ‘교육은 만세를 위한 것인데 어찌 한 푼에 인색하시오!’하며 설득하면 모두 따라왔다. 그의 꿋꿋한 신념은 이제까지 위축되었던 국자감을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서는 많은 선비들을 가르치니 이로써 고려는 비록 국력은 쇠퇴해가는 마당이었지만 문예는 크게 부흥되었다.
안향의 아들 우기(于器) 또한 충렬왕 때 등제(登第)하여 선비로서 그리고 정치가로서 활약하였으며 또 그의 손자 부(孚)는 순흥안씨의 시조가 되었다. 이와 같이 그의 집안은 그가 주자학을 전래시킴으로서 여말(麗末)을 장식한 많은 선비들을 속속 배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의 문교 진흥 정책은 여말을 거쳐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답습되었으니 그의 공로가 기연한바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그는 섬학전(육영재단)의 설치와 더불어 많은 서책을 원나라로부터 사들여 오고 경전(經傳)을 정리하고 한편 밀직부사(密直副使) 이산(李?)과 전법판서(典法判書) 이진(李?)을 천거해 경사교수(經史敎授)로 임명케하여 교수하게 하였다.
이로써 성리학이 크게 떨치게 되어 안향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로 칭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고려말기의 어지러운 시국에 태어나 문교진흥과 주자학 보급에 헌신하던 안향은 1306년 충렬왕32년 별세하니 그때 나이 64세이었다.
나라에서는 문성공(文成公)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충숙왕(忠肅王) 6년에는 문묘(文廟)에 배향되었다. 이는 유학자로서 최고의 영광이다. 조선조에 들어와서 1542년(중종37) 경상도 순흥 백운동에 사묘를 세우고 다음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紹修書院)을 세우고 배향하였다. 이것은 고려문교에 끼친 공이 크다는 것 뿐 아니라 학덕이 높은 연유에서 이룩된 것이다.
안향이 최초로 도입한 주자학(朱子學)이란?
한(漢), 당(唐) 나라의 유자(儒者)의 경서(經書)가 훈고학(訓誥學-자구의 해석, 해명, 주석)에 만족하지 않고 당나라의 폐쇄적인 귀족사회가 허물어지면서 야기된 혼란을 계기로 사대부의 유학자들이 혼란과 모순을 불교와 도교의 사상적 약점에 돌리고 그 극복을 유학의 재건, 부흥을 통하여 이루려는데 있었다.
성리학은 우주, 자연 및 인성(人性)에 대한 본체론적 형이상학(形而上學)인 인심(人心), 도심(道心),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철학적으로 정리한 학문이다.
북송(北宋)시대 정호(程顥-명도) 정이(程?-이천)가 나타나 논리를 부흥시켰으며 그것을 다시 정리, 집대성한 것이 남송(南宋)의 주자였다. 유학이 훈고학에서 철학으로 정리된 것이다.
성리학은 송나라 때 신 유학으로 지칭 될 만큼 이전의 유학과 판이하여졌다.
이태조가 조선조를 건국하면서 건국이념과 통치철학을 천명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성리학 이념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조선왕조가 기틀을 완전히 잡은 15세기 중엽부터 100여년간에 걸쳐 사림파 학자들이 성리학의 드높은 의지정신을 실천에 옮기려던 경향을 사림정신이라고 하는데 사육신, 생육신이 나타난 절의 정신에 접목시킨 것이다.
성리학의 이론적 탐구가 본격화 한 것은 16세기에 와서였다.
이 시대 성리학의 대표적인 학자는 이황(李滉), 이이(李珥)였다. 조선조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국난을 겪으면서도 500년의 사직을 유지하였던 것은 성리학의 드높은 절의정신(節義精神)이 뒷받침 한 것으로 볼 수 있다.